‘후견인’ 탈 쓰고 재산 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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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견인’ 탈 쓰고 재산 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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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0주년을 맞은 성년후견제도의 이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후견을 개시하고 감독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최근 나타났다.

일례로 50대 남성 A씨는 4세 수준 지능의 발달장애인 숙부 B씨 소유 아파트를 2020년 대신 팔았다. 집을 팔아 번 10억원가량의 현금을 챙긴 그는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A씨가 B씨의 성년후견인이 된 이듬해 벌어진 일이었다. 이 가운데 5억원을 사업자금과 생활비로 멋대로 사용한 A씨에게 법원은 지난달 12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대리인 자격으로 아파트를 매매하도록 허가하면서 판매대금을 B씨 통장에 보관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A씨는 이 돈을 자기 통장으로 빼돌렸다. 이 사실을 법원은 뒤늦게야 알았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건 사건 발생 3년 뒤다.

성년후견제도는 법원이 질병·장애·노령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성년인 사람에 대해 후견인을 선임해 재산 관리와 신상 보호를 지원하는 제도다. 후견인은 법원의 후견사건 심판을 거쳐 선임되고, 이후 법원은 후견감독사건을 개시해 후견인을 관리한다.

전문가들은 노령 인구 증가로 후견제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한편, 악용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만큼 관련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후견사건이 몰리는 서울가정법원의 후견감독관은 15명에 불과했다. 후견감독관은 후견 업무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후견이 종료될 때까지 사건이 쌓일 수밖에 없는 특성상 서울가정법원의 최근 3년 후견감독사건은 해마다 4000건이 넘었다. 2023년(9월 기준) 4367건, 2022년 4213건, 2021년 4195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감독관 1명이 약 291건의 사건을 감독한 셈이다.